문화 [새로나온 책] 숱한 고통 끝에 피어나다
가까이 다가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. 아니, 가까이 다가서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. 우연히 발견해 놀라기도 하고, 쉽게 놓쳐버린 순간에 후회하기도 한다. 매미의 성장과 탄생 과정을 그려낸 장현정 작가의 그림책 ‘피어나다’는 관찰을 통한 감동의 순간을 독자에게 조용하게 전달한다. 이 책의 감상은 책 표지에서부터 시작된다. 한 줄기 여린 꽃나무의 보라색 꽃잎, 그 위에 앉은 연녹색 곤충, 그리고 정갈한 글씨체로 부드럽게 써 내려간 ‘피어나다’가 한 폭의 시화(詩畫)를 보는 느낌이다. 작가가 자신의 소개 페이지에 남긴 ‘허물을 수집하러 이곳저곳 돌아다녔습니다. 그때 그 시간, 그 자리의 향기를 담았습니다”라는 메시지마저 한 글자씩 천천히 읊게 된다. 땅속에서 움트는 새싹을 따라 지상으로 올라온 작은 유충을 본 순간부터 시선은 자연스럽게 유충을 따라 이동한다. 벌레의 움직임과 주변 소리를 표현한 활자는 실제 소리가 되어 눈이 아닌 귀를 통해 들어오는 듯하다. 글로 자세히 묘사하지 않아 더 생생하다. 유충을 따라 느릿느릿, 살금살금 나무 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핀다. 안전한 곳을 찾아 움직이고 또 움직이다 마침내 허물을 벗는 장면이 등장한다. 작가가 ‘피어나다’로